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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의 아들(2015) - 아우슈비츠 지옥 한가운데서 찾은 인간성의 불씨

by Sevendays1 2025.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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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의 아들 영화 포스터

 

감상평 (서론)

영화 ‘사울의 아들(2015)’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독특한 시선과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많은 영화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의 참혹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해왔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잔혹함비극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죽음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통렬한 질문을 던집니다. 헝가리 출신 감독 라슬로 네메시(László Nemes)의 데뷔작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연출과 독창적인 촬영 기법이 돋보이는데, 특히 카메라가 주인공 사울의 어깨 뒤를 밀착해서 따라가는 긴밀한 구도가 인상적입니다.

작품의 배경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그 중에서도 유대인 포로들을 학살하고 시신을 처리하는 Sonderkommando(좀더 정확히는 ‘존더코만도’) 집단 내부입니다. 주인공 사울은 이 조직의 일원으로, 매일같이 가스실에서 죽어간 동족의 시신을 청소하고 소각하는 일을 강제로 맡고 있죠. 기계적인 절차처럼 반복되는 죽음 앞에서 그는 삶에 대한 의지를 거의 잃어버린 듯 보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살아남았던 소년을 발견한 뒤, 사울은 소년의 시신을 제대로 된 유대인 방식으로 묻어주고자 하는 강렬한 집착을 품게 됩니다. 전후 사정은 불분명해 보이지만, 그에게 있어 이 행위는 곧 인간성의 마지막 끈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처럼 비춰집니다.

영화는 홀로코스트의 무게를 극도로 사실적으로 구현하되, 필요 이상의 노골적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제한적 시점’을 통해 관객이 사울의 뒤를 곁눈질하며,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만들죠. 이에 따라 우리는 잔혹한 현실의 실체를 온전히 목격하지 못하지만, 소음과 비명, 지옥 같은 환경, 그리고 주인공의 절박한 표정만으로 모든 상황을 체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서사적·미학적 실험 덕분에, ‘사울의 아들(2015)’은 평단과 대중에게 깊은 충격과 더불어, 전쟁과 인간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안겨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본론

1. 제한적 시점과 카메라 워크의 영향력

‘사울의 아들(2015)’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카메라가 거의 내내 사울의 등 뒤나 옆얼굴을 따라다니며, 관객에게 매우 제한적인 시야만을 허락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주로 사울의 뒷모습, 그의 옆얼굴 혹은 어깨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입니다. 주변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폭력과 살육은 정확하게 포착되지 않고, 흐릿하거나 프레임 바깥에서 음향으로만 전해지죠.

이 제한적 시점은 초기에는 다소 답답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곧 극 중 인물들의 절망적인 심리를 체감하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눈을 돌리고 싶어도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관객은 사울의 고통과 분노, 그리고 이상한 결의마저 더욱 실감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현실의 지옥도 같은 아우슈비츠에서 주인공이 감수해야 하는 정신적 압박을, 우리가 함께 느끼도록 연출해낸 것이지요.

또한 이 카메라 기법을 통해, 감독은 ‘영화적 미학’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면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 노출은 최소화합니다. 홀로코스트 영화가 흔히 빠지기 쉬운 ‘참혹함의 소비’를 경계하고, 대신 “인간이란 존재가 끝까지 놓지 못하는 희망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사울이 거짓말처럼 한 소년의 장례를 치르려 애쓰는 그 서사적 행위와 긴밀히 연결됩니다.

2. 아우슈비츠 내부의 일상과 조직적인 비극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워낙 많지만, ‘사울의 아들(2015)’은 그 중에서도 수용소 내부 구조, 특히 Sonderkommando라는 특수 집단의 비극적 실상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이들은 유대인이면서도 독일군의 명령에 따라, 동족들의 시신을 처리하는 처참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던 존재입니다. 이는 단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동족을 외면해야 하는 도덕적·심리적 파괴까지 포함하는 일이었죠.

영화는 사울과 그의 동료들이 어떻게 하루하루 살아가는지, 가스실과 소각장을 오가며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진 않습니다. 대신 흐릿한 배경 속에서 보이는 소각 과정, 군인들의 고함, 악취와 비명 등이 거대한 절망의 풍경을 형성합니다. 이들에게 시간은 곧 죽음으로 향하는 카운트다운에 불과하며, 서로를 신뢰하기도 어렵습니다. 조금만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했다가는 바로 총살이나 처형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조직적인 비극이 존재하는 가운데, 사울이 ‘소년을 묻겠다’는 목표에 사로잡힌다는 설정은 큰 아이러니를 자아냅니다. 합리적으로 보면 이 일은 무모하고, 동료들의 탈출 계획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울의 집착은 곧, “인간이 끝까지 붙들고 싶은 것, 즉 존엄과 영혼이라는 미묘한 가치”를 상기시키며, 무너져가는 세계 한가운데서 작은 횃불처럼 빛을 발합니다.

3. 죽음의 공장 속에서 다시 찾은 인간성

핵심적으로, ‘사울의 아들(2015)’은 홀로코스트의 끔찍함을 부각시키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지옥 같은 공간에서조차 인간성을 완전히 지워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울은 절망의 끝에서 한 줌의 희망을 붙들듯, 소년의 시신을 유대인 방식으로 묻어주는 의식에 집착합니다.

그 의도나 동기가 명확하게 설명되지는 않지만, 이는 분명 '안락한 생존'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그는 이 행동을 통해, 매일같이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한 명의 ‘인간’을 진심으로 기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 과정은 수많은 위험을 동반하며,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사울이 아직 '인간'으로서 유지하고 싶었던 마지막 신념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우리는 이 지점에서, 홀로코스트라는 절망적 역사 속에서조차 작은 불씨 같은 의식과 행동이 왜 중요한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학살과 그에 순응해야 하는 포로들의 비극 사이를 잇는, 인간다움의 흔적—이것이 사울이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강렬한 감동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석

‘사울의 아들(2015)’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홀로코스트 영화’ 범주를 넘어선 예술적 실험성과 주제의식의 깊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첫째, 시점의 선택입니다. 사울의 시야를 극도로 제한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의 끔찍함을 배경음과 흐릿한 장면들로 전달하는 방식은 매우 실험적입니다. 이는 감정적 과잉이나 폭력적 이미지의 과도한 노출 없이도, 전쟁의 잔혹함과 정신적 파괴력을 생생히 체감하도록 만듭니다.

둘째, 사울이라는 인물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압축되어 표현된다는 점입니다. 그의 표정은 거의 무표정하거나, 혹은 절박한 눈빛만을 보여줄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스펙트럼은 상당합니다. 본인이 속한 Sonderkommando의 운명, 자칫 들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행위, 그리고 동료들의 불만과 의심—모든 것을 품고도 사울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직진합니다. 이때,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을 지탱하는 인간성의 역설입니다.

셋째, 영화의 스토리 진행 자체는 무척 간결하면서도,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사울의 행동 하나하나가 들킬까 불안해지는 상황, 소년의 장례를 도와줄 랍비를 찾으려는 여정, 동료들이 계획한 탈출 시도의 변수 등, 많은 사건이 짧은 러닝타임 안에 농축되어 있습니다. 관객은 이 모든 것을 사울과 같은 좁은 시야로 경험하면서, 극 중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해답도 아주 부분적으로만 제공받게 됩니다. 이 서사 구조 덕분에, 오히려 우리는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며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적인 완성도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촬영, 조명, 음향 디자인이 빈틈없이 어우러져, 지옥 같은 분위기를 실감 나게 조성하면서도, 지나치게 무섭거나 혐오스럽게만 느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습니다. 이로써 관객은 ‘끔찍함을 호기심으로 소비’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사울의 입장이 되어 이 세계를 함께 헤쳐 나가게 됩니다. 그 결과,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단순한 슬픔과 분노를 넘어, 인간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곱씹게 되는 것이죠.

추천 & 비추천

추천:
1) 전쟁 영화나 홀로코스트 소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필수적으로 감상해야 할 작품입니다.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과 연출 기법이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2) 예술적 실험미니멀리즘적 서사를 선호하는 영화 애호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줄 것입니다. 영화 전체가 사울의 시야에 묶여 진행되기에, 새로운 체험형 시각 언어를 즐길 수 있습니다.
3) 인간성 혹은 도덕적 딜레마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작품을 보고 난 뒤, “과연 나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죠.

비추천:
1) 너무나도 무거운 분위기잔혹한 역사적 소재로 인해 심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폭력적 장면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는 않지만, 배경과 상황이 매우 암울하며 숨 막히는 긴장감이 지속됩니다.
2) 빠른 전개나 서사의 명확한 해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장면 설명이나 과장된 클라이맥스 없이, 제한적 시점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3)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잘 모르는 경우, 작품 속 디테일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없으면 사울이 처한 상황이나 동료들의 대화에서 오는 긴장감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사울의 아들(2015)’은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역사적 현실을 배경으로, 인간이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존엄과 희망’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사울의 어두운 표정 뒤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침묵과 고통, 그리고 작은 집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론 무모해 보이지만, 마치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붙잡은 구원의 실마리 같습니다.

볼수록 잔혹한 현실이 분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모든 곳에서 인간성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사울이 소년의 시신을 제대로 묻으려 집착하는 행위는, 그 어떤 탈출 시도보다도 더 깊이 있는 ‘인간의 본능적 갈망’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 작은 의식(儀式)을 통해, 비극의 심연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게 되죠.

물론 작품을 보는 내내 답답함과 암울함을 느낄 수 있고, 스토리가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아 관객마다 해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라슬로 네메시 감독이 의도한 바일지도 모릅니다. “전쟁과 학살을 100%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그 안에 놓인 인간의 흔적을 포착하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요?

결국 ‘사울의 아들(2015)’잊혀져서는 안 될 역사인간다움의 본질을 동시에 묵직하게 담아낸 걸작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깊은 침묵이 찾아오고, 삶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라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예술적 성취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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