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롭게 발표된 당뇨병 진료지침은 환자별 위험군 분류, 실시간 연속혈당측정(CGM) 의무화, 그리고 엄격해진 HbA1c 차등 목표를 중심으로 개편되었다. 본 글에서는 변화된 기준이 실제 생활 관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당뇨·혈당·HbA1c 세 축으로 핵심 포인트를 총정리한다.
당뇨 관리 패러다임 전환
2025년 지침은 당뇨 관리의 출발점을 ‘진단 후 100일’로 못 박는다. 이 기간 동안 환자는 생활습관 개선, 약물 초기 투여,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을 모두 경험해야 한다. 먼저, 병합 위험 인자를 고려해 고혈압·지질이상증·비만을 동시에 조절하도록 권고한다. 이전까지는 체중 5% 감량 정도가 권장 수준이었으나, 새로운 지침은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7~15%까지 나누어 제시한다. 이것은 GLP-1 수용체작용제나 이중작용체 약물을 조기에 활용해 체중과 혈당을 함께 낮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데이터 루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속혈당측정기, 스마트 인슐린 펜이 연동되어 의료진에게 실시간 데이터를 전송하면, 의료진은 72시간 내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는 변화된 생활 습관이 실제 혈당 곡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운동 지침도 구체적이다. 기존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에서 ‘식후 30분 내 5분 이상 저강도 걷기, 하루 총 유산소 40분, 근력 20분 병행’으로 수정되었다. 취침 전 스트레칭을 권고해 야간 고혈당과 수면 질 저하를 동시에 잡으려는 의도가 담겼다. 마지막으로, 교육 파트가 의무화되었다. 진단 첫 달 내 영양사·운동처방사·당뇨 전문간호사를 포함한 다학제 상담을 최소 3회 받지 않으면 보험 청구가 제한된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약물 중심’에서 ‘행동과 데이터 중심’으로의 커다란 이동을 의미하며, 환자는 능동적 주체로서 자신의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지침은 문화·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한 맞춤 교육 자료 제공을 의무화했다. 예컨대, 1인 가구와 교대 근무자는 식사 패턴과 수면 리듬이 불규칙하므로 일반적인 삼시세끼 식단 대신 ‘마이크로 식사’ 전략을 활용하도록 돕는다. 반면, 전통식 위주 고령층은 가정 내 염분과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한 조리법 동영상이 포함된 키트를 받게 된다.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2025년부터는 CGM·스마트 펜·GLP-1 약제 보험 범위가 1형·2형 구분 없이 확대되었다. 이는 초기 개입을 통해 합병증 비용을 줄이겠다는 보건당국의 계산이다. 마지막으로, 지침은 ‘자가 결정 목표’ 제도를 도입한다. 환자는 의료진과 협의해 1년, 3년, 5년 목표치를 스스로 기입하고, 전자의무기록에 저장된 목표 대비 달성률이 매 분기마다 확인된다. 목표 달성률 80% 이상이면 보험 본인부담률이 10%포인트 경감되는 인센티브도 마련되어, 당뇨 관리가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프로젝트로 자리 잡는다.
혈당 목표치와 모니터링 전략
2025년 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간 기반 목표’의 도입이다. 기존에는 공복혈당 80~130mg/dL, 식후 2시간 180mg/dL 이하가 기본이었다. 이제는 CGM을 사용하는 환자라면 하루 70% 이상 ‘70~140mg/dL 구간’에 머무르도록 권장한다. 고위험군(합병증 기왕력, 65세 이상, 임신 계획 여성)은 이 범위를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특히 식후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식후 1시간 160mg/dL 이하’ 목표가 새로 추가되었다. 이 수치는 GLP-1, amylin 유사체, 초속효 인슐린의 조기 병용 투여를 전제로 결정되었으며, 지침은 “식후 혈당을 잡아야 24시간 평균이 안정된다”는 근거 논문 10여 건을 제시한다. 측정 방식도 달라졌다. CGM 착용이 불가능한 환자는 SMBG(자기혈당측정)를 ‘기존 1일 4회’에서 ‘요일별 테마 측정’으로 전환한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공복·아침·점심·저녁 전·취침 전, 화요일은 식후 1시간을 포함한 6회 측정, 수요일은 운동 전후를 포함한 5회 측정 등 요일별로 측정 목적을 달리해 데이터를 풍부하게 만든다. 지침은 ‘데이터 품질 점수’를 도입해 측정 누락, 센서 오류, 극단치 미보정 여부를 평가한다. 환자용 앱에서는 실시간으로 품질 점수가 그래프로 표시되어, 점수가 80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앱이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와 교육 영상을 재생한다. 또, 약물 복용·식단·운동 로그가 혈당 그래프와 자동으로 겹쳐져 ‘이 행동이 혈당에 끼친 영향’을 색상으로 구분해 보여주므로 자기주도적 분석이 가능하다. 고위험 야간저혈당 환자에게는 ‘하이브리드 폐쇄루프(HCL)’ 펌프가 1차 처방 옵션으로 제시된다. 유사한 기술이 2021년부터 존재했지만, 2025년 지침에서는 알고리즘 정확도가 95% 이상으로 확인된 제품만을 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사용 저변이 넓어졌다. 반면, 젊은 성인층 중 저혈당 공포가 큰 환자에게는 ‘예측 저혈당 차단 기능(Predictive Low Glucose Suspend)’만으로도 목표 범위 달성이 가능하다는 근거가 마련됐다. 약물 전략에서는 ‘우선 GLP-1, 이후 SGLT2, 실패 시 인슐린’이라는 순차 치료 알고리즘이 명문화됐다. 이는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를 함께 달성하려는 의도다. 식이 전략에서도 혈당 패턴을 고려한 ‘역탄수화물 처리법(Reverse Carb Order)’이 지침에 포함되었다. 이는 식사 중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섭취해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2023년 다국가 시험에서 HbA1c 0.4% 추가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공식 권고가 되었다. 이렇게 달라진 혈당 목표치와 모니터링 방법은 환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밀하게 조정하면서도 불필요한 측정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되었다.
HbA1c 기준 재정의와 치료계획
오랫동안 6.5% 또는 7.0%가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HbA1c 목표가 2025년 지침에서는 ‘계층화된 허용 구간’으로 재편되었다. 지침은 환자를 네 그룹(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극고위험)으로 나누고 각 그룹에 아래와 같은 목표를 제시한다: 저위험 6.0% 미만, 중위험 6.5% 미만, 고위험 7.0% 미만, 극고위험 7.5% 미만. 여기서 위험은 나이·합병증·저혈당 빈도·치료 순응도를 교차 평가한 ‘복합 위험지수(CRI)’로 산출된다. CRI 3점 이상 상승 시 다음 진료에서 즉시 목표를 조정해야 하며, 조정 후 6개월 이내에 HbA1c가 목표 범위에서 벗어나면 약물 단계가 자동으로 1단계 상승한다는 점도 지침에 명시되어 있다. 즉, 목표 달성이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목표 설정 자체가 동적인 과정이 되었다는 의미다. 약제 선택은 HbA1c 차등 목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시작 HbA1c 9% 이상이면서 중·고위험군인 경우 GLP-1/GIP 이중작용제 단독 또는 SGLT2 병용이 1차 치료로 권고된다. 내당능 장애에서 6.0%대를 유지하던 환자라도 CRI 상승이 확인되면 GLP-1 저용량이 조기 투입될 수 있다. 인슐린 전략 역시 변했다. 2025년형 지침은 바솔라차트(basal/once-weekly) 인슐린을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하며, 야간저혈당 위험이 있으면 하루 한 번 초속효가 내장된 ‘믹스드 베이스 인슐린’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체중과 상관없이 주당 50단위 이상 투여 시에는 스마트 펜 또는 펌프 사용이 의무화된다. 검사 주기는 환자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저위험군은 6개월마다 HbA1c를 확인하면 되지만, 고위험군 이상은 3개월 주기를 고수해야 한다. CGM이 장착된 경우 HbA1c와 함께 ‘GMI(Glucose Management Indicator)’를 병행 보고해 예측 HbA1c와 실제 값을 비교하도록 했다. 이 두 지표의 차이가 0.5%를 넘으면 CGM 캘리브레이션 오류나 헤모글로빈 변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지침은 HbA1c를 낮추는 것 외에도 ‘변동성 감소’를 강조한다. 표준편차(SD) 35mg/dL 이하, 변동계수(CV) 33% 이하를 유지하면 동일한 HbA1c여도 합병증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최신 메타분석 결과가 근거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지침은 주별 CGM 보고서에 SD·CV를 자동 계산하여 전자차트에 업로드하도록 했다. 환자 교육 측면에서는 ‘HbA1c-Plus 챌린지’라는 8주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식사 리듬·수면·스트레스 관리까지 통합 코칭을 제공함으로써 HbA1c 변동 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보험 및 정책 연계가 강화되었다. 목표 달성 후 12개월 연속 유지하면, 당뇨 합병증 검사 패키지(안저·신기능·신경검사) 본인 부담률이 0%가 되고, 회사 단체보험에서도 프리미엄 할인이 제공된다. 이러한 다층적 인센티브 구조는 HbA1c를 단순 숫자가 아닌 ‘건강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환자·의료진·보험자 모두에게 선순환 혜택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다.
2025년 당뇨병 진료지침은 데이터 중심 관리, 시간 기반 혈당 목표, 계층화된 HbA1c 구간으로 요약된다. 지금 바로 자신의 CGM·앱 데이터를 확인하고, 다음 외래에서 목표를 재설정해 보자. 한 발 빠른 대응이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건강 수명을 늘리는 첫걸음이다.